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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2 두 세계관의 충돌 2

에스더서에서는 충돌하고 있는 두 세계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이념입니다.

하나는 하만에 의해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운명을 자신의 야망과 능력과 갖가지 노하우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처세술로 개척해 나가려는 인물입니다. 이런 세계관은 이스라엘을 제외한 고대의 모든 세계에 팽배한 세계관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세계관에서 신은 그러한 자신의 처세술로써 이용할 또 하나의 대상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에게 제사하고 제물을 바치고 뭔가 그 신에게 하는 신앙의 행태 조차도 그 신을 이용하거나 자신의 의도대로 인생을 움직여가려는 기본적인 태도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모르드개와 에스더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현재 위치와 형편, 지위와 할 일들이 하나님의 뜻과 의도에 따라서 진행되고 있음을 강하게 확신하고 그 일을 행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내 뜻과 내 의도가 아니라 현재의 이 상태가 하나님의 선하신 것을 반영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그것은 모르드개가 에스더에게 하는 “네가 왕후가 된 것이 이 일을 위함인지 아느냐?”라고 물어보는 것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내가 왕후가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뭔가 감사할 만한 인생의 성취로서 얻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를 이루기 위해서 그 자리에 앉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좀더 생각해 보자면 하만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시작되고 있는 유대인에 대한 죽음의 위협 또한 하나님의 선하심을 보이시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시기 위한 과정속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그 일은 모르드개를 비롯해 에스더와 수산에 살고 있는 모든 유대인들을 훈련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에스더서 본문의 사건에 대한 모르드개나 유대인들의 반응은 매우 충격을 받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힘들어지거나, 어려워지거나, 곤란한 상황 정도가 아니라 더 이상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절명의 순간이 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성경의 고대 중동의 상황에 대해서 그렇습니다. 본문 속에서 유대인들에게 벌어진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마치 대한민국에서 오늘 하루동안 주일 예배를 드리러 온 사람들은 모두 죽여도 된다. 그들의 집은 방화해도 된다고 하는 법이 제정된 것과 같은 것입니다. 재산을 몰수하고 직장을 박탈당하는 등이 일이 하루 아침에 벌어졌다면 우리는 절명의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 본문의 사건은 그것보다 더 절망적인 사건입니다.


그런 와중에 재를 뒤집어쓰고 굵은 베옷을 입고 절망가운데 빠져있는 모르드개의 모습은 에스더에게 근심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여기서 우리가 볼 것은 에스더의 심경의 변화입니다. 모르드개는 궁중의 삶을 모릅니다. 사실 에스더의 여러움을 헤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에스더는 이미 왕의 부름을 받지 못한지 한달이 넘고 있었습니다. 에스더의 입장에서 자신도 매우 어렵고 왕궁에 있다고 해서 편안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모르드개는 이해하기 어려운 더 어렵고 힘든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르드게가 에스더에게 전한 말입니다. “지금 당신의 위치가 이 날을 위한 것인지 어찌 알겠는가?” 그 말은 당신의 현재 위치와 현재 형편과 지금의 극도의 고통이 하나님의 준비한 일인지 모르는가? 라고 말한 것입니다. 이것은 에스더에게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하였습니다. 이미 에스더는 죽음을 경험한 것입니다. 그가 육체적 죽음을 맛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에게는 이미 죽음이 지나간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이 후의 시간은 죽음에서 다시 살아난 것과 같은 그런 순간인 것입니다.


그래서 죽음을 각오하고 왕에게 나아가기로 하였을 때 에스더는 금식기도를 요청합니다. 모든 것을 절제하고 오직 하나님께만 의지하여서 하나님의 일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한 기도임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3일의 금식은 사실은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오직 하나님의 힘으로만 살아야 한다는 에스더의 마음의 외적인 선언인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의 의도와 섭리가 승리하게 되는 것을 우리는 그 이후의 본문들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역사의 처음과 진행과 끝이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이루어 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곳에서 에스더와 유대인들은 훈련을 받게 됩니다. 자신의 현실을 보는 눈에서 하나님을 바라보는 눈으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 현실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으로 만족하게 하는 죽음을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마치 죄에 대해 죽고 의에 대하여 살듯이 말입니다.

Posted by 굿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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